해고통지 받던 날
정리 해고 후 두달,
오늘은 전 직장으로부터 해고 전화를 받은지 딱 2달이 되는 날이다.
첫 글부터 무거운 주제이지만 사실 이미 마음 정리를 오~래~전~부터 해와서 일까?
가벼운 마음으로 그날의 기억을 주저리주저리 써내려 갈 예정이다.
(20.10.19) 전화 받았던 날,
다행히 동기들과 함께 서울의 어느 샐러드카페에서 만나는 날 이었다.
나보다 앞서 전화받았던 사람들 사이에서 떠도는 소문을 조금 확실하게 하기 위해,
우선은 배부터 채우고 오랜만에 만나 수다도 좀 떨다 물어보고 싶던거 정리도 하고있었다.
오후 4-5시에 전화주기로 했었는데 그 시간이 다가오니 손에서 갑자기 식은땀이 나고 뭔가 떨리는 기분이랄까?
지이이이이이이이이잉 +974
모르는 사람이 보면 해외보이스피싱이겠지만, 우리에겐 너무도 친숙한 그 국가번호였다.
친구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면서 긴장이 풀려서인지 아무런 느낌이 나질 않았다..
BUT 그들에게 내가 아무렇지 않아보이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슬픈척 우는척 연기했다^^ 오늘은 내가 입사한지 2년째 되는 날이야부터 시작해서... 사실이니까.
그러는 와중에 내가 하고싶었던 말도 다 하고, 하나하나 적어놓았던 질문거리들도 다 물어봐서 명확하게 정리했다.
전화 돌리는 직원들이 크루들이네, 알바생이네, 스크립트를 읽네 등등 다양한 루머들이 떠돌았다.
그래도 그들도 사람인지라 위로의 말을 전하고 슬픔에 공감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런데 하루 전 전화받은 동기는 통화도중 정말 슬퍼서 왕왕 울었는데
그때 위로했던 멘트들과 나의 푸념에대한 공감이 토씨하나 틀리지 않고 같아서 조금은 소름이 돋았다.
다들 영어가 모국어가 아니니까 위로 공감 표현이 한정적이라 그렇겠지 하고 생각해본다-.
전화를 끊고 나니 생각보다 오랜시간 통화했고, 허무했다. 정말 끝이나서. 인생 하루 앞을 모른다더니,
처음 비행기를 타고 도하로 가던 날에는 2년 뒤 같은날에 해고전화를 받으리라고 누가 생각이나 했을까?
나를 마지막으로 동기 모두가 받은 해고전화를 뒤로한채,
우리는 헛헛한 마음을 달래려고 와인도 마시고 순대국으로 출출한 배를 채운 후 서울나들이를 마치고 귀가했다.
what a 신데렐라!